전문가 코칭
기업의 평판관리
민 순 홍
연세대학교 교수
Q
기업의 평판관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A

기업 평판은 기업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인식한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이다. 과거에는 정보통신기술(IT)의 제약으로 기업이 광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경험을 제한하고, 긍정적 정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일방향으로 생산 · 전달하거나 부정적 정보의 대중매체 노출을 억제하여 기업의 평판관리가 일정부분 가능했다. 반면 현재는 IT기술의 발달로 양방향, 즉각적 정보 전달이 가능하여 한 번 노출된 정보는 주워담을 찰나의 순간도 없이 SNS 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간다. 이와 함께 개방성·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SNS의 발달로 광고 및 홍보 분야에서 이해관계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SIPS (sympathize-identify-participate-share and spread) 모형이 등장하였는데, SIPS 모형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공감함은 물론 일치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기업에 동질감을 느껴야만 소비 등의 형태로 기업활동에 동참하고, 또 그 경험을 공유 및 확산한다. 동질감은 이해관계자가 기업 정보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기업도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공감하여야 형성된다.

따라서, 기업의 평판은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 기업이 상호 공감하고,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정보이다. 이제는 기업 평판관리라는 단어를 버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공동체의 공유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기업 평판을 만들어 가야 한다.

Q
기업의 긍정적 평판은 어떻게 형성할 수 있나요?
A

공동체 구성원 간의 관계를 움직이는 원리는 신뢰이다. 신뢰는 기업이 그 본질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여 고객 등 이해관계자와의 가치교환에 성실히 응한다고 인식하는 정도인 ‘신용’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인식하는 정도인 ‘호의’로 나눌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신용을 기업의 능력으로, 호의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데, 신용 평가는 많은 경우 기업 평판에 기반한다.

과거 기업들은 신용을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으로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품질 좋은 제품·서비스를 바탕으로 신용이 높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차고도 넘친다. 따라서, 현명한 기업은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신용은 물론 호의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 긍정적 평판을 형성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2017년 아마존이 약 17조 원에 인수하여 화제를 모은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마켓의 경우 “인류와 지구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을 회사의 사훈과 목적으로 삼아 품질 좋은 친환경 제품의 유통에 매진함은 물론, 윤리적 구매와 지역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사업과 연결하여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긍정적 기업 평판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축적하고 있다.

긍정적 평판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회피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 평판 형성이 내부 이해관계자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볼 때 좋지 않은 전략이다. 블라인드, 글래스도어 등 익명 리뷰 기반 기업 평가 사이트에 게시되는 기업의 전∙현직 직원의 의견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공유 및 확산시키기는 것이 그 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피하는 대신 기업 내외부에서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윤리규정 및 사회규범 준수, 친환경 경영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기업 내부로부터의 긍정적 평판이 기업 외부의 평판을 높이는 값진 증거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COVID-19대유행 등 지속되는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은 각국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반면 기업은 단순히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제공자를 넘어 공동체의 사회적·환경적 문제 해결사로 인식하게 되었다. 기업들이 막대한 자원, 역량,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순간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기업활동에 대한 공감, 공유, 확산을 끌어내기 용이하다. 예로, 거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그린워싱1) 활동으로 1990년대 말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지역에 회사의 공급망, 전문지식, 인력을 적극 투입하여 구호활동에 전력을 다 한 결과, 임직원들 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복구에 힘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익 추구가 아닌 공동체 가치 회복에 참여한 월마트에 대한 신용과 호의를 인식시켜 기업 평판 회복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기업들은 사업 전략 수립에 재무적 성공은 물론 기업시민으로서 공동체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는 방법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가치 공감, 가치 공유를 통해 긍정적 기업 평판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예컨대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