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와이프(2025)’는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 ‘범블(Bumble)’의 창립자이자 전 CEO 휘트니 울프 허드(Whitney Wolfe Herd)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남성 중심의 미국 실리콘밸리 IT 스타트업 업계를 배경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한 여성 창업자가 조직 내 차별과 권력 구조 속에서 마주한 현실을 그린다.
영화는 자유와 평등을 내세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실제로는 성차별·권력 불균형·책임 회피라는 오래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드러낸다. 외형적 성공 뒤에 가려진 조직의 불공정성과 배제의 구조를 통해, 기업이 말하는 ‘포용’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주인공은 회사의 공식 활동에서 배제되고, 내부 문제 제기가 오히려 퇴사의 이유로 해석되는 경험을 겪는다.
한편 그녀 역시 공동창립자의 지위에 오르면서, 함께 일하던 흑인 여성 동료의 공로가 배제되는 상황을 외면한다. 피해자이자 방관자로서의 복합적 위치는 조직 내 차별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공감과 윤리적 감수성이 결여된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후 주인공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에게 안전하고 존중받는 디지털 공간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기업의 인사·마케팅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다양성을 표방하면서도 무의식적 편견이 시스템 안에 스며드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진정한 다양성은 숫자가 아니라 ‘존중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