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닷컴 비즈니스 검색엔진 서비스 시장은 초창기에 수많은 국내외 기업이 경쟁하던 시기를 거쳐, 현재 국내서비스는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는 ‘구글’로 정리되고 재편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웹툰 플랫폼 산업 또한 유사한 과정을 거쳐 현재는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3개 회사의 서비스가 전체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한 분야를 선점한 소수의 강자가 시장을 나누어 갖는 형태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시선을 돌려 해외시장을 보면 여전히 많은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각각의 해외시장이 가지고 있는 지역별 특성과 사회, 문화, 경제적 발전 속도의 차이는 플랫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한국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플랫폼 기업들(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등)이 해외시장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플랫폼 비즈니스가 해외로 진출하여 역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는 변화의 과정에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요인은 '따뜻한 마음', 즉 '정'입니다. 소비자(구매자)의 마음과 생산자(판매자)의 마음을 잇고,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는 비대면의 공간인 인터넷이라 할지라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는 특별한 경쟁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정’은 서양식의 ‘서비스 마인드’ 보다 한층 더 섬세한 자세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사업형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 없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나 ‘우버’의 예에서 보듯이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넘어서는 아이디어가 높은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특징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의 지원정책은 아직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 사업은 아직 제조업에 기반을 둔 수출 독려 차원의 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원항목에는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큰 비중이 없는 인쇄비 항목이 아직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쉽이나 현지 인력의 이용이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이는 현지 사정을 알고 있는 마케터의 필요성이나,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이용한 광고와 홍보가 상식이 된 시대와 맞지 않는 처사입니다.

글로벌 시대의 지원정책은 글로벌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는 시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시점의 지원 사업은 플랫폼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적 통념의 틀을 깨는 것을 ‘용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환경이 혁신적인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싹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이익의 폭은 작으나 다수의 이용자와 생산자가 많은 거래를 하는 것을 통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플랫폼 기업이 이러한 방향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경쟁사로 회원이 이동하여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의 이익 실현은 사용자의 이익 실현과 동일한 궤도 위에 있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인 사업의 틀과 방향이 해당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추구할 때에만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사회사업이나 본연의 서비스 이외에 공익적 가치의 실현을 표방하는 것은 상위 1%의 성공을 이루어낸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은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월등히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에 종사하던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앞선 질문에서 요구되는 정책적 사회적 지원이 플랫폼 기업의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