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DEI 실천과 윤리경영

홍윤희 이사장

사단법인 무의

이번 호에서는 사단법인 무의 홍윤희 이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DEI의 실천과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서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보시기에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특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한국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동약자 비중은 31%에 달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장애를 개인의 의료적 손상이 아닌, 사회적인 차별로 인한 장애로 보는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은 ‘불쌍하거나 민원을 넣거나’ 두가지 관점으로만 보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에서도 복지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제품 개발의 능동적인 제안자이자 고객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이는 사회적 신뢰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무의가 LG전자와 함께 한 '볼드무브(Bold Move)' 장애고객 커뮤니티 운영에서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이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했던 ‘콘서트 접근성 정책 가이드라인’ 제작 활동을 통해서는 다양한 장애유형 고객에 대한 응대요령을 다양한 공연 개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공연 접근성이 향상되면 이미 한국에 많이 방문하고 있는 외국인 장애인 관광객들로 잠재 수요를 확대하고 관광권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동시에 장애당사자들의 사회참여를 확산시키는 진정한 소셜임팩트입니다. 특히 장애 관련 서비스는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공공 투자에서도 후순위로 밀려 왔는데 이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 투자는 공공선 향상에 크게 기여합니다. 무의는 서울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이동약자 지하철 표지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인 ‘모두의 지하철’을 현대로템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교통약자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실제 부착까지 이뤄지는 첫 사례입니다. 장애 당사자들의 이동 시간과 심리적 안정을 통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신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장애인 접근성과 같은 다양성 실천이 기업의 사회적 신뢰와 청렴성 강화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십니까?

A

장애접근성은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까지 넓히는 투자입니다. 2017년 제가 다니던 이베이코리아에서 장애용품몰 케어플러스를 열었던 이유는 휠체어 탄 딸이 혼자 집안 화장실을 들어갈 수 있게 해 준 3만원짜리 실내경사로 같은 제품이 3천만원어치의 자유를 선사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장애인을 '민원인' 아닌 '고객'으로 인지하는 게 선행돼야 합니다. 장애인의 제안이 제품에 실제로 반영되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업이 보여 준다면 이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극대화하는 가장 강력한 효과가 됩니다.

Q

장애인 접근성 개선 활동을 해오시면서, 기업들이 CSR이나 ESG 활동을 추진할 때 차별 금지·공정한 기회 제공 등을 실제 제도나 현장에 반영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가장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민관 협력을 통한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지 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 접근성 문제는 그 어떤 주체도 혼자 해결할 수 없으며, 기업, 지역 사회, 지방 정부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접근성과 관련된 콜렉티브 임팩트를 내기 위해 무의는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 건축사(브라이트건축사사무소)와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성동구, 서울시와 협업했습니다. 2025년부터는 기업들이 이 구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빙 포워드' 경사로 설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무의는 서울 중구청, 중구장애인복지관과 협의하여 어느 지역에 경사로를 집중적으로 놓을지 협의했습니다. 중구에서 놓은 경사로 정보를 무빙포워드 경사로 기업이 사각지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지자체가 추가 설치 사업에 활용하며, 공익 단체가 웹 지도로 만들어 공유하는 과정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사회의 시스템적인 접근권 증진으로 이어집니다. 무의는 서울 성동구에서 무신사-밀알복지재단과 함께 하는 성동구 경사로 설치 ‘MUVE’프로젝트를 통해 성동구청의 포용적 도시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단순한 물적·재정적 지원을 넘어, 데이터와 노하우를 공공에 공유하고, 이와 같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활동이 실질적인 제도의 개선과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장애접근성 반영 등을 비용으로 보고 최소한도로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애인 채용의 경우도 의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를 정책/제품 개발의 주체이자 유용한 인재로 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장애당사자들은 이미 ‘내게 맞지 않는 세상’에 그때그때 적응해가는 창의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들을 단순히 복지 대상자로 보는 것을 넘어, 제품 접근성 전문가, UX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등으로 적극적 채용하고 양성하여 차별 금지와 공정한 기회 제공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의 성과로 연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