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부패라는 어둠에 대한 빛,

도서 ‘반부패의 세계사’

1970년대 주반 미국의 군수업체가 각국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뇌물은 건넸던 록히드 사건, 미국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의 확대에 반대를 표명한 야당 민주당을 저지하기 위해 불법적인 권력남용을 한 사건은 대표적 부패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는 부패가 뇌물이나 횡령과 같은 물질적 이익 추구를 위한 행위 외에도 심각한 윤리, 도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임된 공적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라고 통상적으로 부패를 정의하고 있지만, 부패는 단지 법을 위반하는 일뿐만 아니라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 일체를 아우른다.

즉, 반부패 활동은 부패한 개인을 처벌하고 공직자의 청렴성을 높이는 일로 한정 지을 수는 없다. 또한 명백한 범법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데, 이런 경우는 나쁜 관행을 뿌리뽑고 새로운 도덕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개발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부패 행위를 완벽하게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건강한 권력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감사(audit), 옴부즈만(ombudsman), 회계감사와 같은 장치를 마련해두기 마련이다. 또 반대로 부패는 대부분 내부통제와 감시만으로 견제되지 않는다.

정보공개제도(알권리), 내부고발(알릴 의무), 언론의 자유(알아낼 자유)가 역사적으로 함께 발전해온 이유이다. 도서에서는 각 제도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시대적 배경 하에 작동하였는지 살펴봄으로써 각각의 의미를 분석한다.

18세기 영국에서 부패는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괴물인 히드라에 비유되었다고 한다. 부패가 아무리 처벌해도 사라지지 않고 매우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반부패활동은 제도적 개선과 사회문화적 환경조성이 함께 가야 함을 도서에서는 강조한다.

역사적 사건들의 교훈에서처럼 무엇이 잘못되었고, 피해가 무엇이고,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패가 덜 발생하고, 설령 발생한다 해도 대처하기 용이해질 것이다.

(이미지출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