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일에도 존엄성이 필요한가

영화 ‘다음 소희’

고등학교 3학년인 소희는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기업 협력사에 취직한다. ‘사무직 여직원’을 기대한 소희는 면접도 없이 통신사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업이 확정된다. 간단한 교육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이 되고, 욕설과 성희롱이 난무하는 고객 전화를 '방어'하면서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져 간다. 고객의 통신서비스 탈퇴를 막아내는 것이 성과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는 수습사원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에 따라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 회사는 어린 나이의 직원을 수습형태로 계약하여 공정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을 일삼는다.

소희에게 일자리를 소개할 때에도 '대기업이고, 하청이라도 다같은 하청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담임 선생님은 직장은 다 그러니 참고 다니라고 달랠 뿐이다.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소희에게 벅차고, 억울하기만한 이 근무환경에서 어느 누구도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 영화는 소희의 일자리가 점차 비극의 공간이 되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1999년 세계노동기구(ILO)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생산적이고 공정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기회를 수반하며, 안전한 일터뿐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한 보다 큰 가능성을 제공하는 일자리’라고 정의하고 있다(오수현, 2017).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는 소희의 일자리 현실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어린 세대가 겪어야 할 불합리함이 소희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 공동이 책임이 되어야 함을 영화는 시사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참고

  • 오수현(2017), 한국국제협력단, '품위 있는 일자리(decent work)'의 논의 동향이 우리 원조에게 주는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