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공익을 위한 용기

영화 ‘인사이더(Insider)’

담배가 유해하고 중독성이 있다는 명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담배회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담뱃갑의 경고그림과 문구를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유해성을 직접적으로 알린다. 그러나 이런 상식이 처음부터 통용되었던 것은 아니며, 담배회사가 그 유해성이나 중독성을 쉽게 인정한 것도 아니었다.

1990년대 초 담배 유해성에 대한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의 7대 담배회사 CEO들은 국회청문회에 나와 ‘담배는 중독성이 없다’고 증언을 하였다. 그 중 하나인 브라운&윌리엄스(B&W)의 연구개발 부사장 제프리 위건드(Gefferey S. Wigand)는 니코틴의 중독성과 니코틴이 빠르게 체내에 흡수하도록 첨가한 암모니아의 위험성을 보고하자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B&W는 위건드에 기업비밀 유지계약을 강요하고, 의료보험이나 생계를 빌미로 협박하기까지 이른다. 한편 시사고발 TV프로그램 ‘60분’의 연출가인 로웰 버그먼(Lowell Bergman)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내부고발 문건을 접하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만난 위건드를 설득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담배회사에서 은폐하였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게 된다. 그러나 방영 직전 이 인터뷰는 방송사의 압력으로 삭제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영화 인사이더는 ‘담배와의 전쟁’에 핵심이 되었던 내부고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하고자 했던 유해정보가 밖으로 알려지면서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그 결과로 1997년 미국에서는 담배회사의 야외광고 및 판촉활동 금지, 금연캠페인 자금 지원 등의 사회적 책임활동 의무가 부과되었다. 소비자는 기업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의 비대칭 상태에 놓이기도 하는데, 인사이더에서는 전문성과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내부자(Insider)의 공익신고로 소비자의 안전이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공익을 위해 기업정보 공개를 하는 선택은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통해서 공익신고 시 기업의 기밀이라고 할지라도 공익을 저해하는 경우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며, 피신고자는 공익신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신고자 보호절차만이 아니라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한 규범 제정 등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ESG정보 공시가이드라인인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에서는 ‘윤리적인 판매관행 및 제품라벨링’이 특히 소비재(가공식품, 담배)산업, 헬스케어(의료장비 및 용품, 바이오기술 및 제약)산업에는 중요한 지표로 공시되어져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 규범적인 노력이 더해져 공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증대될 것으로 믿는다.

(이미지출처: DAUM 영화)

참고

  • 설민수(2018), 공익과 충돌 시 영업비밀 보호의 한계, 법제논단
  • 한겨레, 미국 담배소송 역사 /폐암환자 등 줄소송 /최고 8천억달러 배상(2004-11-06)
    https://www.hani.co.kr/
  • SASB 산업별 중대성
    https://sasb.org/